http://blog.hani.co.kr/bonbon/DPTJ 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저도 일본의 전통 목욕탕처럼 한국의 전통목욕탕으로 남고 싶네요.
“세상에 말이야,일본은 목욕탕이 남녀 손님 발가벗은 모습을 거의 볼 수 있을 정도야. 남탕하고 여탕하고얕은 벽 하나로 대충 나누고,주인은 그 가운데 높은 카운터에 올라앉아 남탕 여탕 탈의실을 다 내려다 봐.일본 여자들은 남자 주인이 보는 것 신경도 안쓰고 옷을 훌훌 벗고 목욕을 한대.우리나라같은 양반들이 보기엔 아주 상X의 나라이지 뭐야.”
이런 이야기 들어보신적 있으시죠? 저도 이 이야기를 중학 시절선생님께 들었습니다. 왜 중학교 수업시간에이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엉큼한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일본 목욕탕을 부러워했던 웃기는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 녀석이일본가서 목욕탕 주인이 되고 싶다고 했던 우스개도 떠오르네요. 물론 중학생 이상의 사고를 하게 된 이후 나라마다 지역마다 문화와 풍습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에는 높고 낮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때는 저도 왜 그런가 싶었습니다.
지난번 일본에 다녀오면서 어린 시절 선생님께 들었던바로 그 일본식 목욕탕을 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내부를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어떻게 남의 나라 목욕탕 내부를 사진으로 찍어 공개할 수 있냐구요? 그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들여다보라고 전시해놓은목욕탕이 있거든요.
여기 소개하는 목욕탕은 앞서 말한 그런 구조의 전형적인 일본 도쿄식 목욕탕입니다. 목욕탕 이름은 ‘고다카라유’란 곳입니다. 한자로 쓰면 ‘子寶湯’, 그러니 우리말로는 그냥 ‘자보탕’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감어리겠네요.이 자보탕의 모습을 보시겠습니다.
저가운데 정면으로 보이는건물이 자보탕입니다.
좀 더 가까이 가보시죠.목욕탕치곤제법 고풍, 웅장 그런 단어들이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남탕과 여탕으로 나뉘는 현관이 나옵니다.
어느 곳부터 보아야 할까요?
저야 남자니 당연히! 여탕부터 봐야지요. 그러면 들어갑니다. 여탕 탈의실입니다.
여탕 구석에는 어린 아기 기저귀 갈아주는 선반, 또는 아기 침대가 있습니다.사진에는 안보이는 옆쪽으로는 휴게실도 있구요.
다음은 저울입니다. 이런 저울을 본 지 얼마만인지 제가 괜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러면 이제 탕 안으로 가보지요.
일단 목욕탕 바가지들이 보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탕 안을 보시겠습니다. 왼쪽으로 얕은 벽이 보이지요? 저 너머는 남탕입니다. 그러니까 조금만 까치발해서 보려면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조금 시끄러운 가족이라면 서로 반대편 탕쪽을 향해 소리지르기도 했을법 합니다.
“똘순이엄마, 나 다씻었으니까 당신도 어여 나와~”,“똘똘이아빠, 애 좀 박박 씻기세요!”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았을까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벽화입니다. 수준이 대단해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무척 정성들인, 그리고 규모도 제법 커서 신경썼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산을 배경으로 하는 이상적인 전원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앞몸을 담는 탕은 3개로 나뉘어 있는데 깊이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아마도 아주 뜨거운, 뜨거운, 찬 물 등 세가지일 듯하네요.
이제 남탕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들어갈 때 남탕이 왼쪽, 오른쪽이 여탕인데 이게 뭐 법칙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남탕과 여탕 사이에 주인장 카운터가 있습니다. 이게 카운터입니다.
주인은 저 높은 카운테에서 양쪽 탈의실을 내려다봅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보거나말거나 갈아입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그토록 이상하게 비쳤던 풍습이지요. 사실 에도시대 풍속화 등을 보면 남녀 혼욕 모습도 많다고 하니 그 때보다는 좀 더 `남녀유별'해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남자 탈의실도 구조는 비슷한데, 옷바구니를 놓는 선반이탈의실 중간에 있네요.
이제 탕 안입니다.
남탕 역시 욕조 뒤에 벽화가 있습니다. 후지산의 모습이 선명하지요?
아래 사진을 보시죠.욕탕 안에는 무사들을그린 그림이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아빠들이 애들 등 밀어주면서 사무라이들의 용맹담을 이야기를 해주었을듯 합니다.
실제로 보니 어떠십니까? 사진이어서 좀 감이 덜하실텐데 직접 보시면 제법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 자보탕은 뭐냐, 궁금하실텐데 이 목욕탕은 당연히 실제 목욕탕입니다. 원래 도쿄 아다치구에 있던 것을 도쿄 인근 무사시코가네이에 있는 ‘에도도쿄건축박물관’에 옮겨다 놓은 겁니다.
이 에도도쿄건축박물관은 일본 근대화 시기 생활양식을 보여줄 수 있는 각종 건물들, 예를 들어 이런 목욕탕, 또는 전형적인 술집, 일반 가정집, 좀 잘사는 상류층 집 등등을 그대로 옮겨다 한자리에 모은 노천 건축박물관입니다. 생활사나 건축에 관심가질만한 분들에겐 무척 재미난 곳이죠. 이 자보탕은 20세기 일본 대표 목욕탕 자격으로 이렇게 옮겨졌습니다.
조금 부연 설명을 하자면 자보탕은 1929년 도쿄 아다치구에 들어섰습니다.이 자보탕은 앞서 말씀드렸지만 전형적인 도쿄식 목욕탕이란 점에서 생활문화사적 가치를 지닙니다.또한 목욕탕으로는 당시 상당히 ‘럭셔리한’ 목욕탕이었다고 합니다. 우리식으로 보면특급호텔 사우나라고나 할까요?
실제 이 목욕탕은 많은 돈을 들여 지었답니다. 목욕탕을 세운고바야시란 사람은 자기 고향인 이시가와현에서 직접 목수를 데려왔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 건물 입구 박공 부분에 새긴 나무 조각이 이 건물의 매력 포인트인데, 이 나무 조각을 만드는 경비에만 당시 2층집을 짓는 비용을 들였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개인 욕실이 일반화하지 않은 당시, 그리고 우리처럼 지역 커뮤니티 성향이 강했던 일본에서목욕탕이란 공간은 중요한 지역사회의 장이었습니다.우리도 예전에는 그랬지요. 일요일 오전에 목욕탕에 가면 온동네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나시대의 변화가 모든 것을 바꾸는 법.오랜 세월 아다치구 목욕탕 챔피언이었던 자보탕도 새로운 도전자들과 주거환경 변화에 밀리고 맙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그해, 결국 자보탕은 폐업합니다. 그래도 햇수로 60년이나 이어갔으니무척 장수한 셈이네요.
그리고,비록 문은 닫았지만자보탕은 분명 행복한 목욕탕입니다.목욕탕으로서의 기능은 못하는 대신 이렇게 박물관에 살아남아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그시절 목욕탕 문화와 풍경을 전해주니 말입니다.
참, 이 자보탕이 있는 에도도쿄건축박물관(Edo-Tokyo Open Air Architectural Museum)은 아주 재미있는 곳인데, 의외로 국내 일본여행안내서들에서는 이 곳을 잘 다루지 않더군요. 건축 담당 기자인 저로서는 무척 아쉽습니다. 일본에 가시는 분들이 시간 나실 때 한번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건축박물관에대해서는 다음 글에서따로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