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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가장 붐볐던 곳은 어디일까. 친지들과 지인에게 전할 선물을 준비하는 곳과 역, 터미널에는 고향을 찾아 길 떠나는 이들로 붐볐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엔 명절이 되면 가장 붐볐던 곳은 동네 목욕탕이었다.
묵은 때를 벗어내고 새해를 맞이하려는 이들로 명절이면 엉덩이 하나 붙일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비던 곳이다. 목욕탕을 운영하면 ‘떼돈’ 버는 시대는 옛말이다. 이제는 대형 찜질방과 사우나 시설에 밀려 예전의 북적임은 줄었지만 여전히 동네 목욕탕은 옛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옛 추억을 간직한 동네목욕탕 가운데 저렴한 가격으로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건천에 있는 건천탕과 북부동의 왕림탕. 이곳들은 3000원이란 가격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시에서 선정한 착한가게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다른 목욕탕이 5000~6000원 사이인데 반해 이곳의 요금으로는 수도광열비(수도료, 전력료, 가스료 등을 통칭)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큰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 이곳들은 가격이 저렴하다. 그렇다고 시설이 그리 낙후되지도 않다. 이곳들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착한가게는 다른 곳에 비해 가격 경쟁력으로 비교우위에 있기에 선정된 곳들이다. 하지만 이곳들을 취재하면서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서가 아닌 열정과 마음이 더해져 완성된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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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외관이 멋스러운 ‘왕림탕’ 왕림탕은 북부동 도심에 나지막이 자리하고 있다. 골목 안을 들어서야 이곳을 찾을 수 있다. 왕림탕은 간판이 없다면 지나쳐버릴지도 모를 곳이다. 목욕탕보다는 가정집을 연상하는 한옥 형태의 단층구조이기 때문이다.
80년대 지어진 왕림탕은 정상훈(42) 대표가 꾸며가는 곳이다. 정 대표는 리모델링은 물론 수리, 타일, 냉각기 등을 직접 고치고 수리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이곳은 매력은 저렴한 가격과 함께 특이한 외관이 눈을 끄는 곳이다. 한옥 단층으로 일층에 남탕과 여탕이 함께 있다. 한옥 구조에 단층이라 규모는 크지 않다.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해 정형화된 목욕탕에선 조금 벗어난 곳이다. 정 대표는 작지만 알찬 목욕탕이라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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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 “크기는 작지만 큰 목욕탕과 같은 편의성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옥이라 더욱 정감가는 곳이죠”
이곳은 동네 주민들 특히 연세 많은 이들이 주 고객이다. 하지만 주말이면 독특한 외관에 끌려 찾아오는 관광객도 점차 늘고 있다. 이곳이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는 것은 경쟁력을 높이려는 방안이다.
“이곳은 다른 목욕탕에 비해 작은 목욕탕입니다. 정감 가는 외관에다 가격 경쟁력을 더해 대형 찜질방과 사우나에 차별화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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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를 이어가는 ‘건천탕’ 지역민들의 묵은 떼를 해결해 온 지 60년 이상. 건천탕을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최석문(48) 대표도 건천탕이 언제 개업했는지 정확한 연도를 알지 못했다. 동네 어르신들의 말에 따르면 6·25전쟁 때에도 목욕탕이 있었다고 한다.
60년 이상 된 곳, 3000원이란 가격에 언뜻 허름할 것으로 짐작했다면 오산이다. 3층 건물인 건천탕은 1층에 여탕, 2층 남탕, 3층엔 스포츠 시설이 갖춰져 있다. 1·2층은 최근 리모델링으로 구식의 이미지를 지웠다. 눈에 띄는 곳은 3층 공간이다. 정기권(5만원)을 구매하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헬스 시설과 스포츠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최 대표는 타지에서 생활하다 오랜만에 온 손님이 3000원 이란 가격에 허름할 생각에 반신반의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저렴한 가격에 안이 좁을 거란 생각에 들렀다가 목욕 후 오히려 이 가격으로 운영되느냐며 반문하기도 합니다”
건천탕이 현대식 시설로 인테리어를 꾸미고 편의시설을 늘리고 기타 비용이 증가했음에도 10년동안 3000원이란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고마움 때문이다. 80세의 연세에도 여전히 건천탕을 지키며 손님을 반기고 있는 최 대표의 어머니 조규향(80) 할머니는 이곳을 운영하며 6형제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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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경주신문사 | 조 할머니는 “동네 분들이 우리 아이들을 키워 준 것이나 다름없지. 아들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가격을 지키는 것이 도리지”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착한가게가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곳은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올리지 못하는 곳입니다. 지역 주민이 어울려 사는 작은 곳에서 저 혼자 잘 살자고 가격을 올릴 순 없죠” |